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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지도에는 없었다 이상하게 낯익은 그곳으로 향한 여행기

by Go혜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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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정말 특별했던 하루,
‘계획 없는 여행이 나를 데려다준 마음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검색을 하죠.


“어디가 요즘 핫하지?”
“숨은 명소는 어디?”
“사람 없는 한적한 곳?”

저도 늘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날만은, 처음으로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차를 몰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
지도에는 있지만, 마음 속에는 훨씬 더 오래 남는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송천마을’을 소개합니다.


목적지 없이 흘러간 길,

우연히 꺾은 방향이 데려다준 풍경

서울에서 정선을 향해 달리던 그날.
원래는 덕유산 인근으로 갈까 하다가,
갑자기 마음이 “동쪽으로 가자”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따라 천천히 달리다가
정선 아우라지역 근처를 지날 즈음,
삼거리에서 그냥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건
길이 아니라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었는지도 몰라요.

내비게이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지도에는 ‘송천리’라는 지명만 적혀 있었지만
그 마을 입구를 지나던 순간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긴 알아. 분명 처음인데, 내가 예전에 와본 것 같아.”


송천마을 – 너무 조용해서,

마음 소리가 더 잘 들리는 곳

송천마을은 정말이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곳’입니다.
관광지로 지정된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할 시설이나 맛집도 없습니다.
심지어 마을 표지판조차 나무에 걸린 채 희미하게 바래 있었어요.

하지만 그게 이 마을의 매력이었습니다.

  • 소 한 마리, 닭 몇 마리,
  • 비닐하우스 너머 느티나무 그림자
  • 송천천이라고 불리는 작은 계곡줄기
  • 낮게 깔린 산의 실루엣
  • 그리고 마을회관 벽에 붙은 오래된 마을 공지

이 모든 풍경이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나를 받아주는 느낌이었어요.

그 순간,
관광지보다 기억지,
핫플보다 마음플,
이런 데가 진짜 여행지구나 싶었습니다.


가장 깊은 위로,

폐가 옆 느티나무 아래에서

마을을 한 바퀴 걷다 보면
슬슬 무릎 아래로 긴장이 풀립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마치 오래 알고 지낸 공간과 다시 만난 것 같은 감각이 따라와요.

그러던 중,
마을 끝자락 비탈길을 돌았을 때
작고 낡은 흙집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와는 무너졌고 창문은 깨져 있었지만
그 앞 느티나무 아래에는 누군가 오래 전에 놓아두었을 나무 벤치 하나가 조용히 있었어요.

어느새 다가가 그 벤치에 앉았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무 말도 없이 30분 넘게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내 안에 쌓여 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아주 조용히 흘러나왔습니다.

울지 않으려 해도
어느 순간 눈물이 한 줄기 흐르더라고요.
누군가 다독여준 것도 아닌데
그냥 그 장소의 정적, 그 풍경의 공기가
내 안에 잠든 감정의 뚜껑을 슬며시 열어준 느낌이었어요.


돌아오는 길,

마음 안에 남은 건 감정의 무게가 아닌 ‘여운’

벤치에서 일어나기까지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떠나기 싫다기보단,
이 여운을 더 오래 느끼고 싶어서였어요.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달렸습니다.
햇살이 들어오는 속도,
라디오도 꺼둔 정적,
그리고 마음에 남은 그 벤치의 풍경.

무언가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아도,
그 자리에 조용히 존재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 하루.

그게 바로 송천마을이 제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송천마을 여행 정보 요약

  • 위치: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송천리 414-1 일대
    (정선 아우라지역에서 차로 약 10~15분)
  • 가는 방법:
    자차: 아우라지삼거리 → 여량초등학교 → 송천1길 따라 약 3km
    대중교통: 정선역 하차 후 택시(약 25분 소요)
  • 주차:
    마을회관 앞 노면 주차 가능 (최대 4~5대)
  • 주의사항:
    • 슈퍼 외에 상점 없음
    • 식사할 곳, 편의시설 없음 → 간단한 도시락/물 준비
    • 숙소 없음 → 정선 읍내 숙소 이용 후 당일 방문 추천
  • 추천 시간대:
    오전 911시, 오후 46시
    (햇살 각도에 따라 마을 그림자가 예술적으로 드리움)
  • 가볼 만한 포인트:
    • 송천천 계곡 따라 이어지는 돌담길
    • 느티나무 벤치 (폐가 앞)
    • 삼재제단 가는 마을 뒤편 산책로
    • 마을 버스 정류장 옆 작은 정자 쉼터

 

요즘 여행은
계획표, 인기 장소, 촬영 명소가 먼저 떠오르지만
가끔은 정말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떠나보세요.
지도에 없어도, 마음에는 분명히 찍혀 있는 곳이 있습니다.

 

송천마을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처음 가봤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말이 필요 없고,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곳.

 

당신에게도 그런 마을이 하나쯤 생기기를 바랍니다.


그게 정선일 수도 있고,
송천마을이 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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